랩어카운트 상품은 1975년 미국의 후튼 증권회사에서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높은 이자를 주는 고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원금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이자가 나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선호하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펀드나 랩어카운트 같은 주식 연계 상품은 큰 인기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안전한 은행에다가 돈을 넣어놓기만 해도 이자가 붙어 안전히 자산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경제는 1979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0.2%에 불과하였고, 성장 둔화를 겪으며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었습니다. 한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980년에 13.5%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195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높은 소비성향과 낮은 저축률에 따른 투자 부족이 주된 문제였습니다. 1980년대 경제성장률이 3%인 것에 비해 소비 증가율은 3.2%를 기록했습니다. 경제 성장률보다 소비 증가율이 높은 것입니다. 이는 빚을 지게 된다는 의미이며, 경제가 좋아질 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미국 정부의 효율적이지 못한 규제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유류 가격을 통제하면서 유류 공급에 대한 불안으로 신업이 악화됐는데, 이와 같은 과도한 기업규제는 기업의 생산원가를 올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생산원가가 올라가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88년 10개월간 1981년 이래 최고인 4.5%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 물가 역시 4.6%나 올랐는데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었습니다.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더 이상 고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없었고, 결국에는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던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폐지되고 저금리 정책이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높은 이자 수익에 만족하던 미국의 예금자들은 더 이상 은행예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투자 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다우지수의 랠리는 저금리의 영향으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1987년 10월, 연초 대비 40% 가까이 폭등한 미국 주가는 단 하루 만에 22%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동안 과열된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만 것입니다. 급작스러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러자 다급해진 증권사들은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증권사들은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중개해주는 위탁 거래와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에서 고객들의 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형태로 체질을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주식만 사고팔게 해주면 끝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고객을 붙들어야겠다는 관점에서 바뀐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랩어카운트 상품이 고객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블랙먼데이라는 금융위기가 랩어카운트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 것입니다. 아울러 당시 은행들의 구조조정도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상품에 관심을 돌리게 하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1988년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완화하며 금융의 부실 문제를 고치는 데 미온적으로 대응했지만, 1989년에는 '금융기관 개혁. 재건 및 규제 강화법'을 재정해 많은 은행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1991년 '연방예금보험공사 개선법'을 제정해 부실한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것을 법으로 만들었습니다. 부실한 은행들이 정리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안전하게 여겼던 은행도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주식투자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랩어카운트 상품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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